[기고]벼랑 끝에 선 이들에게 내민 손, 신용사면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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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 작성일25-08-21 17:12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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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상자는 무려 324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까지 약 272만명이 이미 채무를 전액 상환해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나머지 52만명도 연말까지 빚을 모두 갚으면 연체 기록이 지워진다.
이 조치를 통해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한 사람들은 신용 평점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용 평점이 오르면 금리, 한도, 신규 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되며 더 좋은 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변경하거나 신용카드 발급, 신규 대출도 가능해진다. 특히 청년층의 신용 평점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신용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빚은 자본을 확장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서민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특히 실직, 질병, 자연재해 등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수입이 끊기면 소액의 빚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절벽이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변호사로서 소액 채무의 굴레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500만원, 1000만원의 소액 채무 때문에 금융기관의 추심과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경제생활은 물론 일상마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카드값 35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중년의 여성이 기억난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사망하고 남긴 채무라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원금은 500만원이 채 안 되었고, 오랜 기간 이자가 늘어난 것이다. 당연히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 아닐까 싶었는데, 금융기관은 해당 여성에게 ‘처벌된다’며 가끔 5만원씩 갚도록 해 소멸시효를 연장하고 있었다. 그 여성은 현금으로만 생활을 해야 했는데, 자신 명의의 계좌나 카드 사용도 하지 못했고, 자신 명의의 휴대폰도 개통하지 못했다. 넘어져 다쳤는데도 병원비가 무서워 그냥 집으로 갔다는 그녀의 다리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이처럼 소액 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족 살해 후 자살, 동반자살 사건의 원인 1위가 경제적 이유이다.
코로나 이후 장기 경기 침체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이 많다. 이미 사업에 실패해 폐업했지만, 가게를 오픈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죽고 싶다고 말했던 소상공인이 기억난다. 누구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있는 금액이었지만, 그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절벽과 같았다. 이러한 비극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금융적 어려움에 부닥친 이들을 제때 구제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명백한 사회적 문제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신용사면과 같은 정책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한다. 빚을 전액 상환한 사람들의 연체 이력을 삭제해, 신용 평점을 회복시키고 다시 정상적인 금융 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채무를 갚으려는 사람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포용적 정책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포용적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힘이다. 이번 조치가 단순히 일회성 정책으로 끝나지 않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더욱더 촘촘하게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영화 ■ 인턴(OCN 무비즈 오후 5시40분) = 줄스는 온라인 의류 쇼핑몰 창업 1년 만에 직원 220명을 고용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경영자다. 줄스는 사회 공헌 차원에서 노인 인턴십을 운영하는데, 아내와 사별한 뒤 여행하며 시간을 보내던 정년퇴직자 벤이 사회와 다시 연결되고자 줄스의 회사에 들어온다. 벤에게 회의적이던 줄스는 벤의 연륜과 성품에 신뢰를 갖고, 두 사람은 좋은 동료이자 친구가 된다.
■ 예능 ■ 벌거벗은 세계사(tvN 오후 10시10분) = ‘가짜뉴스’의 시초 격인 ‘옐로 저널리즘’은 사실보다 자극을 우선시하는 보도 또는 논조다. 19세기 뉴욕, 신문 경영인 퓰리처와 허스트는 신문 판매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 그들은 실제 살인 사건을 섬뜩하고 기이한 방식으로 보도해 대중을 현혹함으로써 매출을 올렸다. 현대까지 이어지며 사회를 뒤흔드는 옐로 저널리즘의 심각성을 짚어본다.
“차라리 그때 딸을 찾지 못했다면 그 사고를 당하지 않고 어디에서 잘 살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괴로워요.” 이지혜의 어머니 김영순이 울먹이며 말했다. 딸이 초등학교 가기 전 지하상가에 데리고 갔다가 손을 놓쳐 잠시 잃어버린 일을 떠올렸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다 할까 하면서 또 괴롭습니다.”
딸은 ‘인현동 호프집 화재 참사’ 희생자다. 1999년 10월30일 오후 6시50분 인천 중구 인현동 한 상가 건물 지하에서 난 불이 2층 호프집으로 번졌다. 15분 동안 55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79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사망자 기준으로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165명), 1974년 대왕코너 전소(88명)에 이어 세번째로 큰 화재 사고다. 희생자들은 인천 시내 고등학생들이다. 딸도 현장 사망자 중 한 명이었다.
김영순은 이쁘고 착한 딸에 대한 기억으로 하루하루 버틴다. 딸은 1982년 6월29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첫째는 아들이라 둘째는 예쁜 딸이 태어났으면 해서 너무 기뻤어요.” 세 살 때 가족은 인천으로 이사 갔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이나 약자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수어를 배워와서는 “엄마도 배워야 해. 따라 해봐요”라고 했다.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를 돕는 단체에 매달 2000원 후원을 시작하고 어머니에게 알렸다. “잘했다고 그랬어요. 불쌍한 애들 도와주려는 마음이 이쁘고, 기특했지요.” 커가면서 집 안 청소를 틈나면 하며 어머니를 도와주려 했다.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애교 많고 명랑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졸업앨범에 춤추는 모습이 실린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친구들 모아 춤추고, 노래하고, 연극을 하는 걸 좋아했어요. 노래도 참 잘 불렀죠. 가끔 노래방 가면 고음이 점점 잘 올라갔어요.”
어느 날 집 전화 요금이 당시 돈으로 10만원가량 나왔다. 전화 연결 라디오 노래자랑에 나간 것이다. “추리고, 추리고 하는데 경연 제일 마지막에 지혜가 1등을 했어요. 둘이 서울로 상품을 타러 갔던 기억이 나요.”
1997년 중3의 끼 많고 재능 있던 딸은 예고를 가고 싶어 했다. 인천 예술고등학교가 1998년 입학 예정인 제1기 신입생을 모집할 때다. 노래 잘하던 딸과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던 김영순 목소리에 다시 울음이 배어들었다. “지혜가 거기 보내달라고 엄청나게 졸랐어요. 돈이 보통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사는 것만 제대로였으면… 거기 보냈으면 그런 사고는 안 당했을 거 같기도 하고. 원하는 대로 못해준 게 지금 제일 가슴이 아프고요.” 김영순이 이혼 뒤 혼자 남매를 키울 때다. 대학도 가기 힘든 형편을 고려해 여상으로 진학했다. 딸은 여상을 졸업하고, 빨리 취직해 돈을 벌겠다고 했다.
딸은 자립심이 강했다. 중2 때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추운 겨울이었어요. 지혜가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로 가더라고요. 기름 범벅이 된 외투를 몰래 빨고 있었어요. 엄마 혼자 애들 키우니까, 저 나름대로 용돈 벌이를 하려고 한 거 같아요. 혼을 내고는 바로 관두게 했죠.” 이어 말했다. “평생에 가장 후회되는 게 그날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몰랐다는 겁니다. 알았으면 당연히 말렸겠지요.” 참사 당일 딸은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화재가 속보로 알려진 뒤 지혜 외할아버지가 전화를 걸었다. “지혜는 주로 주안역에서 친구들 만나요. 동인천 쪽으로 안 가요. ‘아버지, 괜찮아요’라고 했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딸 친구였다. “어머니, 지혜가 거기 있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택시를 잡았다. “너무 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별일 없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울고 또 울면서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녔는데 지혜는 없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하대병원으로 갔는데…” 영안실에서 딸을 발견한 어머니는 바로 기절했다. 깨어나니 응급실이었다. 그 뒤로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 어린것이 집안 형편 생각해서 돈 벌겠다고 나간 건데,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서….”
딸에게 침대를 결국 못 사준 것도 한으로 맺혔다. “엄마, 친구 ○○은 요번에 시험 잘 치면 침대 바꿔준다고 했대”라는 말이 아직도 사무친다. 침대를 안 사주려 한 것도 아니다. 침대 커버부터 사둔 며칠 뒤 딸은 사고를 당했다. “그 침대 커버를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20여년을 가지고 다녔어요.”
딸의 죽음 뒤 세상은 이전과 달랐다. 보는 것,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딸과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 보면 눈길을 뗄 수 없다. 아들이 전화를 안 받으면, 온갖 나쁜 상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수년 전 아들 부부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전화를 받지 않아 새벽 3시쯤 사돈집에 전화까지 했다. “미치기 직전까지 갔어요. 그 어려운 사돈에게 새벽에 전화할 정도로요. ‘비행기 안이라 연락이 안 된다. 진정하시라’는 사돈 말을 듣고 정신이 들었죠. 어찌나 죄송하던지…”
딸이 죽고는 맑고 화창한 날을 견딜 수 없다. “온종일 비가 주르륵 내리고, 날도 컴컴해지면 좋더라고요. 햇빛이 안 나고 계속 어두웠으면 하고.” 길 갈 때 땅이 꺼져버렸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온갖 사고 영상을 일부러 찾아 멍하니 볼 때도 많았다.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으면 하는 생각은 안 드는데, 저기 내가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사고 영상을 볼 때마다 들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나 자신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죽음으로 이 고통을 끊어내려는 충동을 느낀 적도 여러 번이다.
단장의 트라우마를 겪고도 상담도, 치료도 받은 적이 없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재난과 참사 유족의 트라우마를 살피고,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했다. 간신히 잠들어 뒤척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천근 같은 돌덩이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다. 병원에 다니라는 주변 권유에도 “병원은 살려고 가는 곳이다. 그래서 안 가겠다”며 거부했다. 언니와 동생이 “살아야 한다”며 강권해 3년 전 처음으로 병원에 가 우울증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는다. “20일에 한 번꼴로 병원에 가요. 주변엔 못하는 말을 의사 선생님께 다 이야기하면 그나마 속이 풀립니다.” 지금은 그나마 아들 부부와 손주 보는 낙으로 살아간다.
이 참사로 33명이 기소됐다. 당시 인천지법은 호프집 실제 주인과 대리 사장, 노래방 주인, 실화 혐의자인 가출 청소년에게만 실형을 선고했다. 중구청 공무원과 경찰관 등은 무죄나 벌금 혹은 선고유예 등으로 석방했다. 당시 교육 당국과 행정 당국도 ‘학생들의 호프집 출입’ 자체를 문제 삼으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김영순이 26년이 지난 지금도 떨쳐낼 수 없는 건 정작 죄인들이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상황에서 비통하게 죽어간 딸이 지금도 ‘사고 가해자’로 분류된다는 사실이다. 인천 중구는 참사 이듬해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를 제정하면서 ‘화재사고의 실화자와 가해자이거나 그 종업원과 건물주 및 공무 수행 중인 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희생자 중에선 ‘하루 알바’였던 딸만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배제됐다. 다른 유족들도 상처를 받았다. 유족들을 근거 없이 공격하는 내용의 유언비어 매도 중 하나가 “자식 팔아 돈벌이 한다”는 말에 크게 상처받았다. “그런 말들이 엄마들 가슴을 후벼팠지요.”
김영순은 딸의 죽음을 오래 가슴에 묻고 살았다. 딸의 명예회복을 해야겠다는 각오와 유가족협의회 등 여러 단체의 도움으로 지난 7일 인천시청 앞에서 열린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나갔다. 인권운동공간 활, 홍예門문화연구소, 문화사회연구소,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등 단체와 정예지 부평구의원은 보상금 지급 대상 배제가 헌법 제11조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적 규정이라며 조례 개정을 촉구한다. 중구는 이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김영순이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보상금이 아닙니다. 불법 영업을 한 건 점주고, 뒷돈 받은 건 경찰관과 공무원이고, 탈출을 막은 건 다른 직원입니다. 하루 알바인 지혜가 무슨 책임질 일을 했나요. 똑같은 날, 똑같은 사고를 당한 딸아이를 왜 가해자로 몰아가는 건가요. 그것도 26년을요.”
김건희 여사(왼쪽 사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 ‘김건희 일가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오른쪽)가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불러 조사한다. 김씨의 개인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특검팀은 사건의 본류인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정빈 당직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해 지난 15일 밤 ‘증거인멸과 도망할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김씨의 횡령액을 총 33억8000여만원으로 적시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가진 IMS모빌리티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인데도 펀드 운용사를 통해 대기업들로부터 184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씨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김씨는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김 여사를 만나 친분을 쌓은 뒤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 부탁을 받고 은행 잔액증명서를 위조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투자받은 돈 중 46억원을 차명 법인인 이노베스트코리아가 가진 IMS모빌리티 지분을 인수하는 데 쓰인 점을 파악하고, 이 금액 중 일부가 김 여사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2일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까지 조사하면서 개인 횡령 혐의를 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구속영장에도 ‘김건희’라는 이름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김씨는 자신이 ‘집사’가 아니며, 기업 투자금이나 자신의 거둔 수익 등이 김 여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이 본건 수사를 위해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닌 별건으로 김씨를 구속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특검팀이 김씨를 조사하면서 김 여사 연루 의혹에 관해 의미 있는 진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집사 게이트’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023년 말 김씨를 직접 조사한 이후 김씨 해명만 믿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도 소환 조사한다. 김 여사는 지난 14일 구속 후 첫 조사에서 대부분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씨가 삼청동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을 만났다고 한다. 이 회장은 자신의 맏사위 박성근 변호사(전직 검사) 인사 청탁과 함께 김씨에게 고가의 명품들을 전달했다고 시인한 장본인이다.
18일엔 어처구니없는 뉴스가 또 나왔다. 이 회장은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제출한 자수서에서 “지난해 말 12·3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삼청동 안가로 2차례가량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적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이 회장이 김 여사에게 준 장신구를 돌려받은 이후다. 김씨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순방 때 이 회장에게서 받은 고가의 3종 명품 장신구를 모두 착용했다. 그런데 공직자 재산 미신고 논란이 일자 장신구를 뒤늦게 돌려준 뒤 수수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이 회장을 비밀리에 안가로 불러 떠보고 회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안가는 경호처가 관리하는 ‘군사 및 공무상 비밀시설’이다. 그러나 ‘V0’로 불리며 대통령급(A급) 비화폰을 쓰고, 윤석열을 호가호위한 김씨에게 안가 출입은 애초 문제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은 이곳에서 불법계엄 선포 직전 군경 수뇌부를 불러 지시사항을 하달했다. 국정과 공무에 써야 할 비밀 공간에서 윤석열은 내란을 작당하고 김건희는 국정을 농단했으니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이 회장은 2022년 3월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그로부터 한 달 뒤쯤엔 3000만원대 브로치와 2000만원대 귀걸이를 추가로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해 6월3일 박 변호사는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으로 임명됐다. 당시 한덕수 총리는 박 변호사 임명이 윤석열의 뜻이라고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결국 김씨는 이 회장의 청탁을 윤석열에게 전달하고, 윤석열은 박 변호사의 총리 비서실장 임명을 지시하고, 한 전 총리는 이를 이행한 것으로 추론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날 김씨를 구속 후 두번째로 불러 조사했지만, 김씨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팀은 엄정한 수사로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뇌물죄로 처벌하고, 이 회장과 박 변호사·한 전 총리 등에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구속영장에 담지 않은 불법 관저 공사, 건진법사·집사 게이트,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검찰의 부실 수사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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